티롤이야기

티롤의 구월

셰난도우 2014. 9. 10. 22:05

잠결에 얼핏

빵과 우유먹고가니 더 자~!!

 

밖에서

현관문을 잠그고 나갔는지

구여운 하마녀석이

마룻바닥에 엎어져있다.

 

오래는 살고 볼 일이다

31년이란 세월...

참 에지간이도 쌈박질 해대며 살았었다

발단이야 평범한 가정사,

너나없이 별반다를게 뭐있겠나..만,

 

원인제공 한 범인이면서도

황소 고집에,

해묵은 사건 일일이 

기억력 하나는 타의추종을 불허할만한  

영특한 두뇌를 가졌기에

입싸움으로는 감당이 안되기도 하겠거니와

 

타고난

선량한 인품을 지닌 남자가 아니었다면 

열번은 더 갈라섰을텐데..

더런성질 받아주며

견뎌준 남자가

오늘따라 무진장 고마웁다.

 

이정도면 토 나올법 하쟈?

명절음식뒤

니글니글할 속

고추가루를 확 끼얻어준 일등공신?

 

 

어설프나마 

퓨전 차롓상을 차려놓고

시차 무시한체

점심나절에 절을 올렸다.

남자 : 멀리서 나마 인사올립니다~!

불량며눌 : 아버님~ 어무이좀 모셔가이소~~!

전 같았으면야

벌컥 화를 냈을법한 효자도

엎디뎌 웃는다 .ㅠㅠ

 

추석 전날아침

중국집 마눌이 찾아와선

차례 준비하는 줄도 모르고

아침일찍 찾아오길 다행이라며

주방에서 마구 내몬다.

중국도 중추절엔 음식을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다나..

 

혹여 안올까하여

주방장을 보내오더니

사장이 또 자전거를 타고 데리려 왔다

미안하리만큼 정을 내니

거절할 도리없이 붙잡혀 가게되었다는.. 

 

답례차

전 한접시를 보냈더니

군만두 접시가 또 배달을 온다

어쩔수없이

매번 초대에 응하게 되었지만

매끄럽게 거절할 독어를 연습중이다

그래도 안되면 주말엔 아주 도망을 가든지 해얄따.

 

해외동포가 

되고난지 

이태가 지나간다.

 

타지에서 맞이한

쓸쓸한 명절..

외롭다고 징징대며

남자에게 부담주기보담은

스스로 헤쳐나가겠다는생각이 커졌다.

 

아직은

중년이라고

빡빡 우겨보지만

나이만큼 가속도가 붙은

가는 세월을 어찌하겠나..

 

훗날의

나의 황혼이

이처럼 아름답기만 하다면야

기꺼이

이 외로움 삼키며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