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한가로운 나만의 시간
소품들의 먼지까지 털어낼
여유를 가져본다
25년전
성이가 내게준
결혼선물
구두수선공 마눌
평생
헌구두만 신는다더니
손재주 많은
내남자 덕분에
9번째 옮겨앉은 지금에도
오차없이
내곁을 지키고 있다
스무살 어느날,
쇼윈도 넘어
해맑게 웃고있던 성이를 알게되면서
그녀와의
끈질긴 인연은 이어졌고
같은
여자로서도 질투가 날만큼
여성스러움과
마력같은 매력을 풍기는 그녀
아름다움 만큼
구구절절 사연도 많고
아품도 많았다
이루지 못할 사랑에
가슴아파했으며
이별앞에 통곡했었다
그런그녀도
한남자의
지어미가 되고
두남매의
엄마가 되어
참신한 주부로서
가정을 꾸려나가는가 했더니
어느날 문득 찾아와
그가 죽었데...
그리고 펑펑 울었다
그,
소설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그,
꾸며쓰기 못하는 나로서
적랄하게
옮겨쓸수도 없는 사연을
왜 이렇게
적어나가는지 모르겠다
6년전
마지막 그밤
늙은 군인의 노래를
뚝뚝 끊어가며
구슬프게도 부르던 그녀
갑자기 찾아와
하룻밤 내곁에 머물고
급하게 떠나갔다
간간히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혼한후
종적을 감춘지 오래라고..
오늘따라
성이가
몹시도 보고싶다
저 시계가
내곁을 지키는한
난
성이를
그리워 할것이며
기대어 흐느낄
넓은 가슴
비워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