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의 Photo diary

불량며눌 일지

떠난이 와 남은이

셰난도우 2011. 1. 23. 18:09

5년전

오늘

친정엄마가 떠나신날

그해 겨울도 몹시 추웠었지..

 

84세로

생을 마감하시기 전까지

40대 중반 홀시어머니 아래 

4남 1녀와, 3명의 의붓형제, 중 맏며느리로서

단 몇일도 집을 비우신적 없으시며

내 엄마를 젊은이라고 부르시던 할머니께서

86세로 세상을 버리실때까지 모셨었다

회갑이 훨씬 넘으신 후에야 자유인이 되셨지 아마... 

 

정년퇴임후에도

왕성한 체력으로 세월을 낚으려 다니시던

내 아버지 박샘을

잠결에 훌쩍 보내셨고

당신조차

쓰러지신지 이틀만에 눈을 감으셨으니

서운한 마음이야 이루말할수 없었으나

두분다

죽음의 복은 타고나신것 같으다

 

세월이 갈수록

내엄마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는 내모습을 보며

많은 딸들중 왜 하필이면 나 인지

원망이 앞선다.

 

1919년생 울엄니

섣달그믐이 생신이신지라

음력설에 집을 비우게 된까닦에

대구시동생, 시누형님 내외분과

앞당겨 요양원을 찾았다

매년 마지막이될지도 모른다며 엄포를 놓는 내남자는

완전 사기꾼이다

 

한쪽에 하나씩 붙어

양말을 끼우는 아들딸과

인간승리 허여사님 

 

늙은노모 

좋아하실곳 찾아

산골짝을 돌고돌던 아들은

멀미에 토악질이 시작되고 나서야 차를 멈춘다

식당마루에

완전 자리보존하신 엄니

집인지 산인지도 모르는 치매 노인네를

지들 마음 편하고자 저리 고생을 시키더니

내 그럴줄 알았다

 

서두르느라 아침 거른 자식들

누운 엄마는 뒷전

허겁지겁  먹어댄다

보다못한 불량며늘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엄마생신이라고 와놓고선

지들만 정신없이 쳐먹는다 안하시겠능교??

 

연세도 연세이지만

할말은 참지못하는 성격에다

하나 남은 올케라

밉게 보지않기로 했는지

시누형님 배꼽을 잡고 웃다가 

 

아들, 딸,

번갈아 가며

한수저라도 더 드시게 하려고 애를 쓴다

요즘 보기드문 효자자식 둔 허여사님은

어디메에 복이 들었는지...

 

여기

내남자랑 노는 또한분

40일된 진순이의

이름은 돈까스

작년 요양원을 지키던 강쥐 3마리는

어르신들 보신용으로 순직

 

돈까스의 수명도

복날 전후가 될것 같다니

팔자사나운 저 순둥이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떠난자,

남은자,

떠나갈 날짜가 정해진 불쌍한 미물

 

나 떠날

시간을 안다면

이 세상을

다른빛으로 바라볼수 있을텐데..

 

 

 

 

 

 

 

'불량며눌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양원을 다녀오면서...  (0) 2011.05.14
효자와 악처  (0) 2011.04.08
배아픈 하루  (0) 2010.12.20
요양원의 하루  (0) 2010.06.27
아줌마는 고달퍼  (0) 2010.02.18